경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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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그린벨트는 공기요, 물이다

때는 21세기인데 생각은 20세기를 살고 있다

추석이 지나고도 얼마 동안은 한여름과 같은 날씨였다. 이런 것이 바로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인가 싶었다. 당장은 아니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우리들의 가빠지는 숨소리를 들을 날이 멀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일찍이 학승(學僧)으로 유명한 탄허(呑虛)스님은 환경논자도 아니면서 지구의 앞날을 걱정하는 말을 자주 하였다. 북빙양(北氷洋)이 녹아 바다가 넘쳐나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라는 얘기였다. 아직도 우리는 굴뚝에서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오르기만 기다렸을 즈음의 일이다. 그러면서 그는 얼음이 녹는데 끝까지 녹는 줄 아느냐고 반문하였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얼음이 녹다 보면 푸석 푸석해 져서 “무너진다”는 것이다. 얼음이 무너지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 엄청난 해일(海溢)이 일어나고 얕은 지역의 땅은 자칫 바다에 가라 앉고 말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었다. 상상할 수도 없이 그리고 지형을 바꿔 놓을 정도로 강한 토네이도와 허리케인이 수백만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키면서 예사롭게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는 것을 우리는 근래에 자주 경험한다. 이를 보면 분명히 그의 예언은 단순한 예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국제사회에서는 각종 협약을 통해 지구의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모색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러한 정책들이 없어서도 안 되는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우리 삶의 방식과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수밖에는 별 도리가 없지 않은가 싶다. 아무리 정치가 아첨과 응석의 함수관계에 있다손 치더라도 응석부리는 국민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정부는 이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 국민에게 아첨하지 않을 수 없는 불가피한 정항이 바로 민주정치의 요체이기는 하지만 국민에게 아첨만 하는 정부는 결국 어떤 아첨도 효과가 없는 정부가 될 것이라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환경을 위해서도 방만한 생활체계의 확대 재운영이 아니라 오히려 허리띠와 신발끈을 조여 매야하는 자세와 생각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지금 불필요한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택을 매년 50만호씩 짓겠다고 한다. 이러한 변함없는 재래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한 지구환경문제는 물론이고 당면한 경제문제 역시 절대로 개선시킬 수는 없다고 보여진다. 지구 환경문제에 으뜸가는 책임은 물론 선진국이 져야할 과제이긴 하지만 우리가 먼저 지구환경문제의 선진국이 된다면 그 또한 환경강국으로 세계를 선도해 나갈 수도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역대정권이 국민에 대한 아첨의 한 수단으로 그린벨트풀기를 얼마나 시도하였는지를 알고 있는 필자는 우리에게 불필요한 그린벨트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설사 있다손 치더라도 더 이상의 훼손은 삼가야 마땅할 일이다. 필자는 오래 전에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는 생각보다는 공기와 물을 돈 주고 산다는 생각으로 어떤 형태로든지 정부가 책임지고 그린벨트를 사 들여 보존하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제안한 적이 있다. 그린벨트는 공기요 물이기 때문이다.

1850년대 중반 미국의 대통령 피어스로부터 네 영토를 우리에게 팔라는 편지를 받은 인디언 추장 시애틀은 이런 내용의 답서를 보냈다. “어떻게 당신은 하늘과 땅을 사고 팔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우리는 신선한 공기가 반짝이는 물을 소유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백인들의 왕성한 식욕은 대지를 마구 먹어 치운 다음에 그것을 황무지로 만들어 놓고 맙니다. 나는 당신의 도시 때문에 눈이 아프고 당신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에 귀가 상해 가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공기가 짐승과 나무와 인간 모두에게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일 사람들이 쏙독새의 아름다운 울음소리나 밤의 연못가에서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그것은 바로 삶의 종말이요 죽음의 시작이 아니겠습니까?”

추장 시애틀은 지금의 시애틀시의 이름으로 영원히 우리 인류에게 기억되고 있다.

김중위
전 사상계 편집장/ 전 환경부장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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