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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판결은 소설이 아니다

우리에게 빨치산은 무엇인가? 남한에 숨어서 끝도 한도 없이 대한민국을 궤멸시키려고 총칼을 휘둘렀던 북한의 앞잡이 공비(共匪)다. 한마디로 게릴라 부대다. 대한민국 수립을 위한 5.10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시작된 남로당의 무장폭동세력이 경찰과의 싸움에서 밀려 산으로 들어가 야산대(野山隊)를 이룬 것이 빨치산의 시작이다.

이들 빨치산은 남로당 중앙당의 지휘하에 남로당 제주도당 인민 해방군(빨치산)을 편성하고 한라산에 군사지휘부와 훈련소를 설치하였다.  일본군 출신 장교인 김달삼(본명 이승진)을 사령관으로 한 이들은 1948년 4월 3일 일요일 새벽 2시를 기해 <조선 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치면서 제주도 내의 11개 파출소와 관공서 및 우익인사들의 집을 일제히 습격하였다.

죽창이나 몽둥이 38식 99식 일본군 장총으로 무장한 이들은 경찰과 양민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학교나 관공서에 불을 지르면서 제주도를 인민 해방촌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빨치산활동은 1957년 4월 2일 제주 빨치산 최후의 잔비(殘匪)인 오원권이 생포되기까지의 9년동안에 2만 7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빨치산을 위한 추모제가 2005년 5월의 어느 날 전북 빨치산 사령부의 거점이었던 회문산에서 열렸다. 이종린 범민련의장이라는 사람은 연설을 통해 “오늘밤은 회문산 해방구라 말하고 싶다. 남녘동포들이 회문산에서 용감히 싸웠든 역사를 기리면서 올해는 반드시 미국없는 나라를 만들자”고 외치기도 했다. 이 행사의 전야제가 열리는 자리에 전교조 소속의 어느 중학교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 180여명을 인솔하고 참석하였다. 그 교사는 평소에도 빨치산출신 미전향 장기수 들을 학교로 초청하여 그들의 영웅적인 활동상을 학생들에게 들려주기를 자주 하였다고 한다. 그날도 “제국주의 양키 놈은 한 놈도 남김없이 섬멸하자”는 구호를 학생들과 함께 외치도록 하였다던가?

이런 사실이 빌미가 되어 그 교사는 기소되었으나 36살의 젊은 판사는 지난 2월 17일의 재판에서 그를 무죄로 판결하였다.

최근 얼마동안에 있었던 법원의 판결을 보면서 해방구는 회문산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이루어졌나 싶은 심정이 들만큼 국민들의 법 감정과는 사뭇 동떨어진 판결이 속출하고 있다. 미친듯한 국회의원의 해괴한 폭력사건에 대해서도 무죄, 전교조교사들의 시국선언에 대해서도 무죄, 광우병에 대한 MBC보도에 대해서는 무혐의, 이제는 빨치산 추모행사와 찬양행사도 무죄가 되었다. 달리 무엇을 또 말할 수가 있을까? 교사가 김일성을 가르치고 법원이 이를 두둔해 주면 대한민국은 설 자리를 어디서 찾아야 하나? 사뭇 아득한 심정이다.

작년에 타계한 문학평론가 장백일 교수는 하나의 소설을 읽으려면 작품에 깃들여 있는 작가의 마음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문학은 곧 작가의 마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심리학자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얘기도 하고 있다.

필자는 그의 이 말에 좇아 필자 역시 앞에서 열거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판사들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심리학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판결은 곧 재판관의 마음일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재판관이 작가가 소설을 쓰듯이 자신의 콤플렉스까지를 담아 재판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싶은 심정이다.

자신의 철학과는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법이 정해져 있으면 그 법을 엄정하게 적용하여 재판을  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 여겨진다. 판결은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정래가 <태백산맥>을 발표하자 “자신들의 정당성을 규명해 줘서 고맙다고 흐느끼는 옛날 빨치산들의 전화가 걸려 왔다”고 한다. 학생들을 데리고 빨치산 추모행위를 한 교사를 무죄로 판결한 것을 보고 빨치산출신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전화라도 받아 보았는지 판사들에게 묻고 싶다.

장교수는 또 이렇게 말한다. “빨치산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전화를 받으면서 그들의 한을 풀어 주고 달래 주는 신명나는 대변자가 됨으로써 작가만이 느끼는 사명감의 희열에 도취되어 더더욱 빨치산 중심의 작가적 편애와 편견이 작용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판사들 역시 무죄의 판결로 신명나는 그들의 대변자로 자리매김 되는 희열을 맛보고 있는지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김중위
고대 초빙교수/ 초대 환경부 장관


68호
20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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