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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지리멸렬(支離滅裂)의 한 해(年)를 보내며

어지럽고 부끄러운 한 해였다

지리멸렬! 사전에서는 ‘체계가 없이 마구 흩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음’ 등으로 풀이 되고 있다. 필자 나름대로는 매사가 뒤죽박죽이거나 엉망진창인 상태쯤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말에는 연원(淵源)이 있다. 장자(莊子)는 어느 날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불구자 한사람을 만들어 냈다. 장자가 그려 놓은 불구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서양화가들이 흔히 표현해 온 그림을 상상하면서 그려보면 배꼽은 등허리에 박히고 눈은 옆으로 성기는 이마에 팔다리는 아래위와 좌우가 뒤바뀌어 있는 기괴스러운 모양을 하고 있는 장애자다. 장자는 그의 이름을 소(疏)라 짓고 부르기는 지리 소(支離 疏)라 하였다. “신체가 갈 갈이 흩어진 소씨”를 말한다. 여기서 파생된 말이 지리멸렬이 아닌가 싶다.

지리멸렬을 장황스럽게 설명하는 이유는 지난 일 년을 통 털어 설명할 수 있는 말로는 이 낱말 하나 밖에는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국회부터가 난장판이었다. 법안 하나를 놓고 난투극을 벌리는 것은 이제 예사가 되었다. 사람들 머리위로 사람들이 날라 다녔다. 우리나라 조폭영화에서 볼 수 있는 집단 패싸움 정도를 넘어 중국 무술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풍(掌風)과 하늘을 나는 묘술(妙術)이 난무 하였다.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예산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고 막은 내렸다. 국화꽃 한 송이 변변히 피우지 못하고 무서리만 잔뜩 내리게 한 꼴이 되었다.

정부와 여당의 손발이 맞지 않으니 국회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세종시 문제를 다루고 있는 꼴 하나만 보아도 가관이다.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는 문제를 풀어 가는 방식도 갈팡 질팡이고 대안(代案)이라고 내놓은 정책도 바늘허리에 실감기다. 총리는 변죽만 울리고 대통령은 사과 한마디로 끝난 것처럼 눈치만 살피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보다는 친이(親李)냐 친박(親朴)이냐로 패가 갈려 자신의 입지만 살려보자는 속셈뿐이다. 배꼽이 등허리에 붙어 있는 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난 여름 쌍룡자동차노조가 벌렸든 시위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였다. 노조원들이 만든 상상할 수도 없는 무기들이 열을 지었다. 산업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든 원자재들이 무기를 만드는 자재가 되었다. 볼트와 너트는 총알이 되고 쇠파이프는 총신이 되고 액화석유가스는 불을 뿜는 화염방사기가 되었다. 두 달씩이나 노사간에는 대화가 이루지지 못한 채 원수처럼 싸웠다. 노동운동이 이런 식으로 가서야 앞으로 얻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잃는 것은 직장이요 얻을 것은 실업밖에 더 있겠는가?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지니고 있어야할 방송이나 언론부문도 난장판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방송의 다큐멘터리는 세트장에서의 조작이고 예능방송은 일본 프로그램의 표절이고 드라마는 불륜과 패륜으로 가득 찬 막장이 판을 친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걱정스러운 분야가 한 둘이 아니다.

대통령의 직속기구와 어떤 민간단체에서는 제멋대로의 기준으로 한쪽에서는 1005명을, 다른 쪽에서는 4389명을 친일분자라고 발표하거나 사전을 만들었다. 친일분자의 양산(量産)이다. 건국 초기 반민특위에서 발표한 친일 반민족행위자는 688명이었다. 친일분자의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친일행위자의 수치심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친일분자를 양산하려는 의도가 무엇일까? 반민족행위에 대한 <물 타기>일까? 천추의 한이 될 지리멸렬이다.

애국가가 사라지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한동안 세도 부리던 시민단체들 중에는 모든 행사에서 애국가 대신에 주먹을 높이 들고 “님을 향한 행진곡”을 부르는 단체가 있다고 한다. 무슨 민중의례라던가? 대한민국은 타도의 대상이지 애국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라가 지리멸렬이다.

법원의 판결에 불만이 있다고 하여 판사들에게 욕지거리를 하거나 협박공갈을 하는 사람도 있고 친북운동가라면 무조건 석방시켜주는 판사도 있다. 해보라는 노동운동이나 참교육은 안하고 정치투쟁만 일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하라는 정치는 안하고 밖에서 삿대질만 하는  정치인도 있다. 이 모두가 지리멸렬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너무나 부끄러운 지난 한해다. 새해를 기대해 본다.

김중위
고대 초빙교수/ 초대 환경부 장관

66호
200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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