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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역사의 고동소리를 듣고 있는가?

미국은 아직도 부러워할 이유가 충분한 나라이다

2005년에 우리는 코헨(W I. Cohen)교수의 <추락하는 제국-미국>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냉전이후의 미국외교”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미국은 세계를 주도해 나가는 거대 강국이면서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서서히 쇠락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면(紙面) 곳곳에서 내비치고 있다.

그리고 얼마 후 2007년의 어느 때쯤에는 “미국은 멸망직전의 로마제국인가?”하는 신문기사를 우리는 보게 된다. 미국의 어떤 시사월간지 의 편집장이 쓴 “우리가 로마인가? 제국의 몰락과 미국의 운명”이라는 책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온 기사제목이었다. 지도자의 독선과 자기중심적인 세계관, 타락한 사회상과 용병(傭兵)의 동원 같은 것이 멸망직전의 로마제국과 흡사하다는 것이 그 저자의 지적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리는 같은 해에 중국계 미국인 2세인 에이미 추아(Amy Chua)라는 학자의 “제국의 미래(Day of Empire)라는 책(이순희 역)을 접하게 된다. 그는 과연 미국이라는 나라가 파멸의 길목으로 접어들고 있는가에 대한 깊은 회의심을 가지고 <포용력(tolerance)>이라는 개념으로 그 해결의 열쇠를 제시하고 있다 (역자는 <관용>이라 하였으나 포용력이 오히려 옳을 것같다).

과거 모든 초강대국이 강대국으로서 존립할 수 있었던 태반(胎盤)은 포용력이었음을 밝히면서 오늘날의 미국 역시 여러가지 개방적인 시장제도를 통해서 수천만에 이르는 이민자들을 받아들여 그 재능을 자유롭게 발휘하도록 유인하고 보상해 주는 포용정신에서 미국의 장래를 낙관하는듯 하였다.

에이미 추아적인 관점에서 필자는 불현듯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고 하는 대통령의 취임을 경이로운 눈으로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이면서도 그 이름마저 어쩌면 낯 설은 그의 등장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두가 미국이 쇠퇴해 가고 있다고 불안한 눈길을 보내는 순간에 구원투수처럼 나타난 지도자였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의 등장은 신비스럽게만 느껴진다.

오바마 대통령이 링컨이 쓰던 성경위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한 것도 따지고 보면 단순한 행사용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포용과 화해의 정신을 온몸으로 실천한 링컨의 정신과 사상을 고스란히 이어받고자 하는 깊은 마음속의 다짐이기 때문이라 여겨져 여간 존경스럽지가 않다.

아브라함 링컨이 미국의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 그를 맞이한 미국은 이미 하나의 미국이 아니었다. 그의 대통령 취임을 일주일쯤 앞둔 미국은 이미 남부의 7개주가 미합중국을 탈퇴하여 연합정부를 구성하면서 독자적인 헌법을 제정하고 자기들만의 대통령까지 선출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링컨은 연방정부를 탈퇴한 주(州)들을 향해 결코 적대적인 감정을 노출시키지 않았다.

오바마 또한 대통령으로 당선된 그의 앞에 놓여 있는 미국은 지금껏 보아왔던 것처럼 활력이 넘치는 미국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는 물론 인종과 종교와 문화적 갈등과 타락으로 뒤뚱거리는 제국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는 미국은 하나임을 그동안 역설하고 있었다. “진보적 미국이나 보수적인 미국은 없습니다. 오직 미합중국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기회 있을 때마다 그는 미국은 하나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끝없는 행군을 하면서 “우리는 그 같은 일을 해낼 수 있다(yes, we can)"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에 온 정력을 다 쏟았다.

그리고 그는 말로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실제의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 하나인 미국을 더욱 하나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정적(政敵)들까지 모두를 끌어안기 시작했다. 그 몸짓은 현란했고 감동적이기까지 하였다. 우리의 예상을 뛰어 넘는 눈물겨운 포용의 몸짓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역사의 고동소리였다.

다 지나간 얘기를 왜 이토록 장황하게 늘어 놓을까? 너무나 부러워서다. 링컨이 말한 민주주의의 원칙도 오바마가 말하고 실천하고 있는 포용과 통합의 정치도 우리에게는 눈 씻고 볼려야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가뭄으로 목말라하는 강원도 주민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대립이나 부추기는 노벨평화상수상자가 있다는 사실이나 떠나는 경찰청장에게 “자기 복이 거기까지인 것을”어떻게 하느냐고 말하는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도 우리의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을 뿐이다.

김중위
전 사상계 편집장/초대 환경부 장관, 국회의원

56호
2009.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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