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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노마(老馬)의 지혜

현정부의 국정난맥은 공천실패와 인사실패에서 온 필연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이제 불과 4개월도 안되어 이명박 대통령은 말(言)을 잃었다. 하늘을 치솟던 인기는 이제 겨우 한자리 수에 이르게 되었다.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마치 식물정당처럼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정부는 국정 쇄신안을 마련할 것처럼 보이지만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 리가 없다. 문제는 대통령과 한나라당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인사실패와 한나라당의 공천실패가 몰고 온 업보다.

말할 것도 없이 인사는 인간사에 있어 일의 성패를 좌우하는 지렛대다. 인사만 잘하면 아무리 무능한 지도자라 하더라도 힘 안 드리고 나라를 잘 다스려 나갈 수 있다. 아무리 유능한 지도자라 하더라도 인사에 실패하면 자신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모든 경륜있는 정치인을 나이가 많다는 한 가지 이유로 대통령의 형 한 사람을 빼놓고는 모조리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대통령은 자신의 주변에 국정에 대한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백면서생의 측근들로 채웠다. 그리고 대통령은 필마단기(匹馬單騎)로 앞장서 달려 나가 지휘하고 있다. 지휘가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손발이 맞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고 처음부터 내다보였던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매우 부지런한 사람이다. 새벽부터 일하는 재미로 살아온 사람이다. 우리나라의 개발시대에 신화적인 인물로 우뚝 선 영웅이었다. 그러나 그의 측근들까지 모두가 새벽부터 일어나 일하는 것을 습관화 하면서 살아온 사람일까? 아니다. 분명히 우리는 아직도 새벽부터 뛰면서 일하는 국민이어야 옳다. 뛰고 또 뛰어도 신통치 않을 나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뛰다가도 쉴 때는 쉴 줄도 알아야 한다. 모든 각료들이 새벽잠도 설치면서 대통령의 일하는 스타일을 따라가다가 보면 결국 하나같이 지쳐 기진맥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이 아니겠는가? 광우병문제가 터져 나온 시점이 바로 그러한 시점이 아니었나 싶다. 대통령을 빼고는 그의 막료 모두가 피로에 지친 모습이 역력하였다. 그로 인해 무엇 하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미국쇠고기 문제만 해도 결국은 그러한 것에 연유된 시스템의 오류에서 생긴 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듯 보좌진들이 있는 옆의 사무실에 자주 찾아간다는 보도를 보면서 대단히 의아해 한 적이 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기본적으로 고독한 자리다. 그 고독을 참거나 즐길 줄 모르는 데에서부터 불필요한 말실수와 하지 않아도 좋을 행보(行步)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고독은 사색이다. 자신도 보좌진도 잠시의 휴식과 생각할 여유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주 한 얘기가 있다. “한나라당에는 친이도 없고 친박도 없다”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옳은 말은 아니다. 한나라당에 왜 친이나 친박이 없으며 또 없어야 하는가? 있어야 옳을 일이다. 친이와 친박이 있다는 사실은 민주정당으로 살아있다는 징표다. 다만 화합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의 말이 맞는 말에 그치지 않고 옳은 말이 되기 위해서는 친이와 친박 모두를 아우르는 노력이 선행되었어야 한다.

그리고 그는 또 이런 말도 했다. “나에게는 이제 경쟁자가 없다. 민주당에도 없다. 외국지도자들만이 내 경쟁자다” 이 말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또한 옳은 말은 아니다. 왜 자신의 경쟁자가 없는가? 있어야 옳을 일이다. 바로 자기자신이 최대의 경쟁자다. 자기 자신을 다스려 이길 줄 알아야 비로소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다.

한나라당이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한 중견정치인들 모두를 공천에서 탈락시켰으니 인재가 고갈되고 대통령이나 당을 원망하는 소리만 높아질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비자가 말한 ‘노마(老馬)의 지혜(老馬之智)’를 다시 한번 상기해 보면 어떨까? 전쟁 중에 눈 내린 산하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군사를 향해 관중(管仲)은 말했다. “이러한 때에는 늙은 말의 지혜를 빌리는 것이 좋다.”  세상의 이치도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인사쇄신을 하겠다니 하는 말이다.

김중위
전 사상계 편집장/전 환경부장관, 국회의원

48호
2008.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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