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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못이기는 체 받아주면 어떨까?

집권초기의 난맥상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무리 보아도 한나라당이 헤어나기 어려운 깊은 딜레마에 빠진 듯 하다. 각종 규제완화나 감세정책이나 추경예산과 같은 가장 현실적인 눈앞의 정책부터 대운하와 같은 장기적인 비전에 가까운 정책까지 한나라당과 정부는 줄곧 보조를 같이 해 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이명박 대통령이 야심 차게 임명한 측근이나 각료들도 몇몇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무슨 표절이나 재산상의 문제로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물러났다. 최근에는 광우병 괴담까지 한몫을 하면서 한나라당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전임 박근혜대표는 친박연대나 친박을 표명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국회의원에 당선된 인사들을 모두 입당시키라는 요구를 공개적으로 하고 나선지 벌써 몇 개월이나 되었다. 박전대표와 이대통령이 만난 자리에서도 이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결국 박전대표는 5월 말로 시한을 정해놓고 당이 결정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상태다. 손학규대표는 당내화합을 위해 축구를 하다가 다쳐 목발을 집고 다닌 적이 있지만 한나라당은 화합을 위한 축구 한번 해 보지도 못하고 어쩌면 목발을 집고 다녀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 조차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배고픈 것은 잘 참을 수 있어도 배 아픈 것은 참기 어려운” 정서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만큼 부의 축적이 우리나라에서는 공정하지 못한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정서인 것이다. 필자는 때때로 이러한 정서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좌파가 발붙일 터전을 쉽게 마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는 것이다. 북한주민들의 경우에 있어서도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탈북을 시도하는 일은 있어도 남 잘 사는 것이 배가 아파서 탈북을 시도하는 주민은 없지 않나 싶다. 한때 미국으로의 이민이 러시현상을 이룰 무렵에도 그들의 심리상태는 혹시 배고픔보다는 배아픔이 더 큰 이민의 원인이 아니었을까도 생각해 보는 요즈음이다.    

배 아픔의 심리적 원형은 상대적 박탈감이다. 이러한 사회적 정서를 불식시켜 나갈 수 있는 길은 모든 일의 공정성과 투명성밖에는 없다. 인사 또한 마찬가지다. 인사의 지나친 비밀주의와 측근중심주의가 이명박대통령의 인기를 하락시켜온 가장 큰 원인이 되었음직도 하다. 이제는 한나라당도 정책에 있어서는 물론이고 인사에 있어서도 정부와 함께 책임을 지는 자세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를 감싸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교체를 요구하고 그 인사책임을 묻는 성숙된 자세로 이 정부를 탄생시킨 모체로서의 정당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친박연대 문제만 해도 여간한 딜레마가 아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한나라당에 보내준 의석은 153석밖에는 안된다. 그러나 친박연대의 의석수는 무려 14석(비례대표포함)이나 된다. 친박무소속 당선자를 합하면 그보다 훨씬 더 많다. 이들은 모두 한나라당 입당을 전제로 당선된 사람들이다. 해법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어쩌면 국민들은 친박연대의 입후보자들도 한나라당사람으로 보고 양쪽에 표를 나누어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한나라당이 얻은 153석은 엄격히 말하면 체면유지에 불과한 의석이다. 오만하지 말라는 의석이다. 친박연대가 얻은 의석과 친박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석 모두가 박근혜대표를 중심으로 하여 독자적인 활동을 하라는 뜻으로 그 많은 의석을 준 것이라 해석되지는 않는다.  대단히 단순한 해석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친박연대에 보내진 표의 의미를 그 이상으로 해석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쯤 해서 친박연대의 사람들을 한나라당이 받아 드린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선거결과를 왜곡시킨다고 까지 비난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이 선거직후의 상황이라면 자칫 선거결과를 왜곡시킨다는 비난에 휩쓸릴 염려가 없지 않지만 그때와 지금의 상황과는 다르다. 이제는 못이기는 체 받아 주는 것이 순리인듯 싶다.

김중위
전 사상계 편집장/환경부장관 국회의원

47호
2008.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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