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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상처 받은 역사를 치유하자

역사의 평가는 공정하지도 올바르지도 않다. 그 평가의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의 역사는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 오욕과 자괴심과 울분과 저항심을 불러 일으킬 만큼 많은 상처를 입고 신음하고 있다. 근래에 와서는 가슴을 펴고 큰소리치면서 외쳐보고 싶은 역사라기 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주눅이 들어 더 이상의 입을 열기조차 두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듯하여 더욱 가슴 아프다. 건국의 자랑스러움이 그러하고 6.25전쟁의 극복이 그러하고 이 땅에서 이룩한 풍요로움이 오히려 죄스러운듯 역사가 왜곡되고 상처받는 현상을 차마 보기가 민망할 뿐이다.

건국은 친일파세력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룩한 있어서는 안될 일인 것처럼 그리고 6.25전쟁의 실패를 통한(痛恨)의 역사인 것처럼 아쉬워하며 풍요로움은 분배의 왜곡현상일 뿐이라는 역사인식이 일부 자리잡고 있는 현장에서 우리는 아직도 몸을 움츠리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 국토방위의 간성(干城)이 되겠다고 육군사관학교에 지망한 학생들의 34%가 우리의 주적은 미국이고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라고 대답을 한 학생은 33%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러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육사교장이 학계에 의뢰하여 제대로 마련한 역사교과서가 출간도 되기 전에 외부에 노출시키지 말라는 지시에 그만 내부 자료로 끝나 버렸다는 사실이다. 무슨 음모가 우리내부에 진행되고 있어 이 같은 역사왜곡이 끊임없이 야기 되고 있는 것일까?

지난 4월3일 제주시 4.3평화공원에서는 제주 4.3사건 60주기위령제가 열렸다. 이 사건 또한 아직도 치유 받지 못한 우리역사의 아픔이 아닐 수 없다. 4.3사건의 본질은 대한민국정부의 탄생을 방해하려는 북한정부의 지령에 따라 남노당이 일으킨 무장투쟁이라는 데에 있다. 1957년 4월2일 제주최후의 빨지산 오원권(吳元權39세)이 생포될 때까지 9년동안이나 계속된 폭동이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만세”를 외치며 “높이 들어라 붉은 깃발을, 그 밑에서 전사하리라”는 적기가(赤旗歌)를 부르면서 경찰서와 관공서는 물론 민주인사들을 죽창•돌•38식•99식 일본군 장총으로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현장을 진압하기 위한 정부군의 작전과정에서 생긴 과잉진압이 오늘의 문제가 된 것이다. 애매한 민간인이 무수히 살해당하였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는 우리 역사의 아픔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떤 편협된 역사의식도 개입이 되어서는 안되리라 본다. 폭도는 폭도로서 평가해야 한다. 과잉진압으로 애매하게 죽은 분들은 또 그들대로의 원혼과 유족을 위로하는 것이 옳다. 공비토벌과정에서 순직한 군인이나 경찰에게는 또 그들 나름대로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고 그들의 유족에 대해서도 응분의 국가적 보훈이 뒤 따라야 한다. 그것이 아픈 역사의 상처를 씻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제주4.3평화공원의 현장은 그렇지 않다는 소식이다.

<제주도인민위원회>가 대중의 지지를 받는 단체로 둔갑하고 남노당의 무장봉기가 조국통일과 민족해방에 그 목적이 있었던 것처럼 소개 하고 있다면 이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이 기회에 우리는 대한민국이 건국되기 전은 물론 건국된 후에도 남노당의 지령을 받은 수도 없는 공산세력들이 국방경비대에 침투하여 군 일부를 장악하면서 얼마나 많은 반란을 일으켰는지를 세상에 다시 한번 더 알려야 한다. 제주도에 주둔했던 국방경비대대장이 부하인 남노당의 프락치에 의해 참살당하는 정도의 것은 약과였다. 제주4.3폭동의 진압에 출병해야할 여수(麗水)주둔 국군14연대는 출병을 거부하고 총부리를 대한민국으로 돌리는 반항의 병난(兵亂)을 일으켰다. 이때 “경찰과 그 가족을 비롯한 우익진영의 인사들에게 가해진 그들의 천인공노할 만행은 천지를 통곡시켰고 산천초목을 피비린내로 진동시켰다”.(장백일) 이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는 상처받은 우리의 역사를 치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어떤 역사도 우리자신이 처해있는 시대적 상황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 E.H 카의 말이다.


김중위
전 사상계 편집장/환경부장관, 국회의원

46호
2008.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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