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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사막의 정경: Bonnie “Prince” Billy

밥 딜런, 레너드 코헨과 비교되며 현존하는 최고의 송라이터란 수식어가 붙는 윌 올드햄(Will Oldham, 1971년생)이 처음 재능을 보인 곳은 헐리우드였다. 9살부터 연기를 공부한 올드햄은 연극무대를 시작으로, 탄광파업과 관련된 학살을 다룬 John Sayles 감독의 영화 ‘Matewan (1987)’에서 비중 있는 역으로 주목을 받아 2건의 계약을 따낸다.

그러나 그의 꿈과 현실은 달랐다. 스토리와 상관없이 여건에 따른 촬영으로 맥이 끊기는 연기, 연기력보다 자신의 세일즈가 중요한 직업생리 등 헐리우드에서 영화는 예술이 아닌 비즈니스였다. 예술가로서의 배우를 꿈꾸던 소년에게 현실은 충격이었다. 대학에 진학하지만 바로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공사판 인부로 일하다 무작정 유럽 여행을 떠난 후 배를 타고 싶어 선원학교에 들어가기도 하는 등 목표를 잃고 시간을 죽이던 그가 정착한 곳은 음악이었다.

Palace, Palace Music, Palace Songs, Bonnie Prince Billy는 1992년 데뷔한 그의 이름들 중 잘 알려진 몇 개이다. 세일즈맨이 될 수 없어 연기를 포기한 올드햄에게 음악은 연기의 대안이었다. 올드햄이 팬들에게 익숙해질 때쯤이면 이름을 바꾸는 것은 음악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란 점을 폭로하기 위해서이다. “이상적인 세계라면 레코드 가게 진열대는 가수 이름 대신 앨범제목에 따라 정리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음악시장의 괴짜 올드햄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연인의 무관심과 배신에 상처받는 이로 사랑으로 구원받고 싶지만 인간은 나와 타인이란 두 종류만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자각하고 있다. ‘아무도 없다면 아무도 당신을 상처 입힐 수 없다(When you have no-one, no-one can hurt you)’는 가사의 의미는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자기연민도, 상처가 싫어 사랑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닌, 근본적으로 사랑의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처받았다는 말이다. 그에게 사랑은 죽음보다 더 차갑다. 그는 ‘God is the answer ... God is the answer ... God is the answer!’라며 인간 대신 신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에게 신은 밖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있는 존재이며 내면 어디에 있는가도 알 수 없기에 신은 누구도 구원할 수 없다.

그의 황량한 세계는 카프카의 기괴한 소설세계를 연상시킨다. 카프카의 주관이 배제된 건조한 문체는 법조문과 같이 행간의 의미가 분명한 경우에 어울린다. 그러나 카프카 문장의 행간에 전제된 절망과 무의미의 불분명한 내면세계는 그의 명료한 언어와 충돌하여 기괴한 분위기를 만든다. 마찬가지로 올드햄의 절대적 고독이 친밀하게 느껴지는 것은 가사의 행간에 전제된 니힐리즘의 사막과 구약의 문체에 비교되는 간결한 어법의 충돌이 만드는 효과이다.

올드햄은 가창력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탁탁, 직직, 삐꺽이는 파열음, 어긋나는 음정 등 결점이 많은 그의 목소리를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결점 때문에 인간적으로 들리고 자장가를 불러주던 할아버지 목소리처럼 친근감을 주는 것 역시 당연하며 그런 목소리로 상처받은 이처럼 넋두리 하는 것이 개인사의 솔직한 고백으로 들리는 것도 당연하다. 고저가 일정한 평면적인 멜로디뿐인 그의 곡은 보컬의 소곤거림을 잘 들리게 하기 위해 박자를 맞추는 발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하며 느릿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듣는 이의 경계심을 풀어주고 무장해제시키는 그의 친근한 음성이 만드는 평화로운 분위기는 올드햄만이 만들 수 있는 매력이다.

그러나 친근감에 이끌려 들어간 그의 세계는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사막이다. 올드햄의 사막은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세계이며 올드햄 자신도 다른 자아를 내세우지 않고는 그릴 수 없는 세계이다. ‘나’라는 섬을 넘어 타인과 연결된다는 희망 없이 인간은 살 수 없다. 그러나 고독은 인간존재의 근본이며 마지막까지 함께할 유일한 친구이다. 올드햄의 음악은 일부러 사막을 여행하듯이 내면의 사막을 보고 싶을 때 듣는 음악이다.

추천앨범: I See A Darkness (1999)

이석우

29호 (200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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