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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균형의 미학: Garnet Crow

‘H.O.T’, ‘SG워너비’, ‘GOD’와 같이 아무 의미도 없는 밴드 이름을 오랫동안 듣다 보면 ‘말’이란 무의미한 기호에 불과하다는 이론에 동의하게 된다. 이름이 바보 같을수록 더 강한 인상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시장의 논리보다는 음악의 논리를 우선하는 그들의 음악처럼 가넷 크로우(Garnet Crow)란 이름은 유행보다는 상식을 따른 作名이다. 사랑과 성공의 상징인 1월의 탄생석 Garnet과 죽음과 불행을 상징하는 Crow(까마귀)를 겹친 이름은 이 밴드의 음악적 내용을 말해준다.

이들 음악의 첫인상은 매끄러운 멜로디에 귀가 즐거운 전형적인 팝의 이미지이다. 그러나 사색적이고 섬세한 가넷 크로우의 가사는 예쁜 말의 나열에 불과한 가사와 10대 취향이 지배적인 일본시장에선 드문 것으로 축축한 어둠과 산뜻한 밝음이 공존하는 그들 음악의 분위기는 그러한 사운드와 가사가 대비된 결과이다.

1999년 쿠라키 마이(倉木麻衣)의 미국 데뷔앨범 프러듀싱 때 만난 것이 결성 계기이고 지금도 멤버 각자가 개인적 활동을 계속하는 가넷 크로우는 기술자들이 자기 음악을 하려고 모인 프라젝트 집단의 성격이 강하다. 락의 박력과 표현이 섬세한 어코스틱 악기의 조화를 내건 네오아코(ネオアコ) 스타일에서 출발한 가넷 크로우의 사운드는 따라 부르기 쉽고 안정된 팝적 멜로디와 힘있는 락의 리듬감, 두 개의 키보드가 만드는 풍부한 스케일의 자연스런 균형이 특징으로 수준 높은 편곡과 연주기술이 돋보이는 이들의 음악은 음악적 깊이와 대중적 호소력이 조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은 듣는 사람을 고르는 음악으로 두터운 팬층 때문에 차트 10위권에 들기는 하지만 이들의 대중적 인지도는 미미하다. 이는 GIZA 소속 아티스트의 공통점인 미디어 기피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음악적 내용이 더 큰 이유이다.

보컬, 나카무라 유리(中村由利)의 선이 굵고 중저역으로 깊게 내려가는 보이스는 선이 가는 고역의 보컬이 대부분인 일본에선 드문 나름의 매력이 있는 음성이다. 그러나 표현력은 좋지만 능숙하지도 않고 미성과는 거리가 먼 보이쉬한 음성은 이들 음악에 대한 선호를 가르는 큰 요인이며 유리의 블루스적 음색에 어울리는 그들 음악의 어두운 정서 역시 선호도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에냐나 말년의 카펜터스가 연상되는 유리의 보이스는 편안한 느낌을 주며 그녀의 아름답고 깨끗한 파세토는 뿌옇게 흐린 그녀의 음색에 투명감을 더한다. 이러한 유리의 어둠과 밝음이 공존하는 보이스를100% 살리는 것을 목표로 유리가 멜로디를 만들면 키보드 담당의 아즈키 나나(AZUKI七)가 가사를 붙이고 키보드를 맡은 후루이 히로히토(古井弘人)가 편곡을 하는 것이 가넷 크로우의 작곡과정이다.

‘Timeless Sleep’은 실연의 고통을 다룬 무거운 분위기이다. 그러나 상실감이란 어두운 감정 아래엔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하는 따뜻한 정감이 깔려있다. ‘Last Love Song’은 지금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기원하는 곡이다. 그러나 행복감의 이면에는 현실의 잔인함이 깔려있다. 불행이 영원할 수 없듯이 행복도 흘러가 사라진다. 죽음으로 두 사람의 시간이 멈출 때만 사랑은 영원할 수 있다. 업템포의 밝은 곡이든 다운템포의 어두운 곡이든 이들의 세계에서 陰은 陽이 되고 陽은 陰이 된다.  밤과 낮이 공존하는 새벽 하늘의 암청색이 어울리는 가넷 크로우 음악은 슬픔 속에 기쁨이 있고,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는 아즈키의 無常한 세계가 유리의 보이스와 만나 만들어지는 정경이며 멜로디와 가사, 보컬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후루이의 편곡으로 가능한 사운드이다.

가넷 크로우의 음악은 음양의 섬세한 균형 위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균형이 깨진 최근 몇몇 곡의 스타일은 수준은 높지만 가넷 크로우의 곡일 필연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스타일은 데뷔 때부터 계속 변해왔지만 방향성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유리의 보컬 스타일이 변하면서 밴드의 방향성에 균열이 간 결과이다. 언제까지 이들을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추천앨범: Sparkle~筋書き通りのスカイブル-~ (2002)


이석우

No.38
2007.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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