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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망향가(望鄕歌): Huong Thanh

Frisell, John Scofield, Mike Stern등과 함께 대표적인 재즈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우옌 레(Nguyen Le)의 음악은 미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넘나드는 절충주의가 매력이다. 여러 세대에 걸친 발전으로 독창성의 여지가 적은 재즈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기는 어렵다.

세계각지의 음악가를 쉽게 만날 수 있고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사는 파리에서 태어난 레는 재즈 전통 밖의 문화에 주목한다. 그가 조직한Ultramarine은 프랑스의 첫 번째 월드 퓨전 밴드였다. 음악적 아이덴터티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인격을 만든 뿌리로 돌아가는 것이란 점을 생각할 때, 베트남의 전통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 베트남 이민 2세인 그에겐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아프리카 음악이었다. 베트남어도 모르고 기억하는 베트남 음악은 어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 정도인 그가 베트남 음악에 접근하기는 어려웠다. 곡 전체의 멜로디 위에 가사에 쓰인 단어의 성조(聲調)가 겹쳐져 2중 멜로디를 만드는 중국어와 베트남어 권의 음악은 언어를 떠나선 이해되지 않는다. 게다가 중국과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의 다양한 음악적 영향과 역사적으로 별개의 국가였던 북부, 중부, 남부의 다른 전통에 기인한 베트남 음악의 다양성은 그에겐 다루기 힘든 것이었다.

1999년부터 후옹 타뉴(Huong Thanh)의 이름으로 발표된 3장의 앨범은 자신의 음악적 아이덴터티를 찾아가는 레의 프라젝트로 시작된 것이다. 京劇과 비슷한 카이 루옹(Cai Luong)계의 명문에서 태어나 16살에 무대에 섰고 다른 전통 음악가와 달리 베트남의 세 지역 음악 모두에 정통한 타뉴는 레의 부족한 점을 메워줄 적임자였다. 다른 베트남 가수처럼 소리만 지르거나 빽빽거릴 필요가 없는 넓은 음역에 부드러운 미성인 타뉴는 보컬로서도 일류이다. 앨범의 제작은 타뉴가 고른 전통민요를 레가 편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피아노의 검은 건반만 치는 5음계에 단순한 리듬, 화음진행도 없이 단일 멜로디로만 진행되는 동아시아 음악은 유럽인에겐 재미 없는 음악적 농담이며 잘해야 이국적일 뿐이다. 유럽의 청중을 위해 레는 멜로디는 그대로 살리면서 재즈 어법에 따라 화음과 리듬을 더하고 음악적 재미를 위해 아프리카, 카리브해 등의 리듬을 가미하며 다양한 음색이 주는 재미를 위해 레의 재즈 락을 기본으로 한 전자기타에 다양한 베트남 전통 악기, 바이올린, 트럼펫, 섹스폰, 봉고, 쉐이커에 배경음을 만드는 신디사이저가 더해진다.

그러나 기본음계가 다른 음악을 융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베트남 멜로디에 비밥의 코드를 더하면 재즈처럼 들리지 베트남 음악처럼 들리지는 않으며 동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리듬 형식이 섞이기는 더욱 힘들다. 레는 플라멩고풍의 빠른 비브라토를 더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어떤 곡은 해결책을 찾는데 6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타뉴가 고른 가사는 대부분 사랑이 주제이다. 자장가가 많은 베트남의 사랑은 연인만이 아니라 가족, 친구처럼 삶을 공유하는 모든 이의 것이다. 그러나 보컬, 타뉴에게 사랑의 대상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베트남이다. 베트남에 살 때도1977년부터 프랑스에서 살게 된 후에도 베트남 음악을 부르며 살아온 그녀에겐 마돈나는 들어도 더 이상 전통음악은 듣지 않는 베트남도 지금 살고 있는 파리도 낯설다. 수련이 떠가는 열대의 강에 작은 배를 띄우고 수면에 팔을 늘어뜨린 채 머리카락을 살랑이는 바람을 즐기는 기분 또는 동남아 어느 나라의 왕궁에서 공작, 사슴, 다람쥐와 함께 정원을 거니는 아름답지만 현실감 없는 분위기는 타뉴의 사랑이 이제 어디에도 없는 과거에 대한 추모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음악은 미국과 유럽 평단의 극찬과 함께 유럽 재즈계의 상을 휩쓸고 유럽 월드뮤직 차트 2위를 차지한다. 베트남 음악도 재즈도 아닌 레와 타뉴의 음악은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에 대한 베트남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그들의 대답이다. 레의 생각처럼 진정한 윌드뮤직은 그런 음악으로서만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추천앨범: Moon & Wind (1999)

이석우

No.36
2007.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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