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신문
 

 

 
 

 

    홈 / 문화 / 음악

subject 락과 보컬: Evanescence

데뷔와 동시에 43주간 빌보드 탑10에 머물고, 13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그래미 상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2개 부문을 수상한 에버네슨스(Evanescence)의 위업은 최근 락의 역사에서 보기 드문 성공이며 여성 보컬을 앞세운 하드 락 밴드로선 기적과 같은 일이다. 보컬은 남성이고 여성은 성적 대상에 불과한 미국의 락 시장에서 에버네슨스가 거둔 성공은 보컬, 에이미 리(Amy Lee)의 승리이다.

락의 전통적인 소비자는 10대들이다. 몸은 어른이지만 어떤 권리도 없고, 독립된 인격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10대는 ‘이거 해라, 저건 하지 마라’고 명령하는 권위에 반감을 가지게 마련이다. 시끄럽고, 욕구불만이며, 음울하고, 보통 화가 나있는 락 음악의 전형적인 캐릭터는 그러한 10대의 정서를 대변한다. 물론 락을 규정하는 것이 권위에 대한 반항, 이유 없는 공격성 등 부정적 정서만은 아니다. 그러나 테크노와 힙합이 대안으로 등장하면서 한정된 시장을 놓고 락은 그 스타일만이 할 수 있는 사운드에 고착되면서 상투적이 되어간다. 시끄럽기만 한 사운드, 케케묵은 어법, 정서적 근거도 설득력도 없이 소리만 질러대는 보컬 등 다양성을 잃은 락 사운드는 점점 음악적 호소력을 잃어버린다.

사람들 속에 나만 버려진 듯한 고독감, 사랑과 삶에 대한 환멸, 죽음과 신만이 구원할 수 있는 절망 등 에버네슨스가 그리는 삶은 어둡고 힘겨운 것이다. 그러나 고통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아픔의 비명은 이겨낼 힘이 남아있다는 말이다. 삶에 대한 의심, 분노 뒤에서 에버네슨스의 캐릭터가 말하는 것은 끝내는 이겨낼 것이라는 희망이다. 이러한 캐릭터는 락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상투적이 된 주제이고 정서이지만 에버네슨스의 힘은 바로 상투적인 주제를 새롭게 들리게 하는 보컬의 설득력에 있다.

에버네슨스의 스타일은 독특하지만 새로울 것은 없는 대중적인 사운드이다. 암울한 분위기는 고딕 락과 비슷하지만 치밀하고 화려하며 때로는 난해한 오케스트레이션과는 거리가 멀고, 쉽게 기억할 수 있고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 중심의 사운드는 80년대 스피드 메탈과 유사하지만 반복적인 이들의 전자기타 연주는 멜로디 보다는 리듬적 성격이 강하며, 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자기타 노이즈의 울부짖음은 정서적 밀도의 변화를 표현하면서 보컬을 보조하는 수준에서 억제되어 깔끔하게 들린다. 에버네슨스에게 반주는 보컬이란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에 불과하다. 스피드 메탈의 화려한 기타 솔로는 이들에겐 상상할 수 없는 것이며 락에선 보기 힘든 피아노와 현악기가 채용되는 것 역시 멜로디 중심의 구성 때문이다.

락에선 보기 드문 미성에 넓은 음역,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는 에이미 리의 정서적 표현력은 에버네슨스의 모든 것이다. 무겁고 강렬한 락 사운드를 압도하는 힘, 슬픔과 상처, 공포, 분노, 격정, 애원, 사랑 등 다채롭게 변하는 정서표현의 연극적 설득력은 알기 쉽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결합하여 거친 락 사운드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음악적으로 평범하다, 독창적이지 않다, 토리 애모스(Tori Amos)에 린킨 파크(Linkin Park)를 섞은 것에 불과하다, 보컬 외에는 볼 것이 없다는 비판은 고딕, 인더스트리얼, 누 메탈 등 다양한 스타일을 차용해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고 있지만 음악적으로 독창적이라 볼 수는 없고, 대중성을 고려해 라디오 대역폭에 맞춰져 단순해진 이들의 사운드를 생각할 때 일리 있는 지적이다. 게다가 보컬중심의 구성 때문에 에버네슨스의 음악이 헤비 메탈과 주류 양쪽 시장에 호소력을 갖지만 헤비메탈 팬이 보기엔 팝에 가깝고 주류의 입장에선 헤비 메탈인 애매한 위치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음악이 정서표현의 수단이라면 에버네슨스만큼 음악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음악도 드물다.

추천앨범: Fallen (2003)

list       

prev makesound의 몰라도 되는 음악상식 (6) admin
next makesound의 몰라도 되는 음악상식 (5) admin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kimamore.com

회사소개  |  지역소식  |  시사  |  인물탐방  |  문화  |  공지사항  |  게시판  | 사이트맵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2가 157 사조빌딩 223호
경북신문사 대표전화 :02-365-0743-5 | FAX 02-363-9990 | E-mail : eds@kbnews.net
Copyright ⓒ 2006 경북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등록 서울 다 06253 (2004.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