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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영면(永眠)의 꿈: Cat Power

인디의 자니 미첼 또는 ‘한 세대에 한번 나올 보이스’라는 과장 섞인 찬사를 듣는 숀 마샬(Chan Marchall, 1972년생)은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연기한 충동적이지만 유쾌하고 솔직한 홀리와 닮았다. 그러나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부랑자나 마약중독자가 되었을 것이고, 평단의 극찬을 받는 음악을 만들면서 바보라 고등학교도 못나왔다고 한탄하며, GAP의 광고모델이 될 정도인데 여자같이 안 생긴데다 뚱뚱하다고 투덜대는 마샬은 그녀 음악의 캐릭터처럼 내향적이고 세상에 상처받은 이의 모습이다.

그녀의 앨범 ‘The Cover Record’ (2000)의 첫번째 트랙, ‘I Can’t Get No Satisfaction’은 롤링 스톤즈의 히트곡을 커버한 것이다. ‘왜 이리 사는 게 따분한 거야 뭐 재미있는 거 없어?’라며 세상을 조롱하는 이 곡의 분위기는 반복되는 ‘재미없어’란 장난스런 코러스와 경쾌한 락 리듬에 의해 만들어진다. 마샬은 원곡을 유명하게 만든 모든 것을 제거한다. 금을 납으로 만드는 그녀의 연금술을 거쳐 “라디오와 TV는 쓰레기만 토해대고 애인은 섹스하자고 칭얼댄다’는 냉소적인 가사와 반복적이고 느린 리프의 통기타만 남은 그녀의 커버에서 롤링 스톤즈의 공격적 냉소는 그녀 음악의 정서처럼 삶에 지치고 절망한 사람의 조용한 혼잣말로 바뀐다. 슬픔과 불행은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극복된다는 블루스의 가르침을 따르는 마샬은 롤링 스톤즈에게 어쩔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라 응수한다.

P. J. Harvey, Tori Amos, Bjork 등 MTV의 도움 없이 살아남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 역시 블루스의 영향을 받았지만 클래식과 전자음악의 영향이 더 강하다. 그에 반해 블루스 피아니스트인 아버지를 따라 블루스의 본고장인 미국 남부를 전전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마샬의 음악은 블루스의 직계자손이다. 반쯤 잊혀진 기억을 더듬는 듯 음절을 늘어뜨리는 마샬의 어법은 남부 블루스의 기법이다. 그러나 보컬의 다채로운 표현력과 성량, 오케스트레이션의 화려함에 의존하는 블루스와 달리 콘트라알토의 음역에 묶인 단조로운 멜로디에 템포와 텍스쳐는 완전히 무시되는 마샬의 사운드는 선례를 찾을 수 없는 특이한 것이다. 마샬의 곡 중에서 가장 완성된 사운드를 보이는 ‘Good Woman’은 멍한 톤의 전자기타와 컨트리 풍 음색의 바이올린이 제시하는 모티브로 시작된다. 그러나 악기와 보컬은 제시된 모티브를 무한 반복하면서 끝날 것 같지 않는 튜닝에 들어간 것같이 보인다. 중간에 끼어드는 아이들의 백보컬은 제자리 걸음을 하는 보컬에게 다른 동기를 제시하여 다른 곳으로 움직이게 할 것 같다. 그러나 보컬은 변화를 거부한다. 이 곡이 표현하는 것은 세상이 멈추고 삶의 시간이 말라버렸을 때를 느끼는, 평화롭다기보다는 적막하기 때문에 느끼는 안정감이며 그 가라앉은 안정감 때문에 음악적으로 단순하다 못해 따분하고 뻔한 진행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음악은 아름답게 들린다.

그녀는 슬픔과 고통을 노래하지만 롤링 스톤즈처럼 세상에 분노하기 보다는 어딘가 있을 무언가를 꿈꾼다. 그러나 그녀가 꿈꾸는 것은 죽음이란 영원한 해방으로 가능한 평화이며 그녀의 음악은 자신의 영혼이 천국에서 쉴 수 있기를 기원하는 고해성사이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이 이해되든 안 되든 신경 쓰지 않는다. 두 줄짜리 기타를 들고15분 동안 ‘No’만 외치거나, 예고 없이 튠을 바꿔 밴드를 당황시키고, 악기 튜닝이 안 된 것 같다고 중간에 곡을 그만두거나, 할 기분이 아니라며 갑자기 퇴장하는 등 그녀가 공연에서 보이는 기행과 관객과 눈을 맞추지 않고 천정이나 자기 발을 보면서 노래하는 모습은 이해를 받고 싶은 사람의 행동은 아니다. 고해성사에는 청중이 필요 없다.

정서적으로 밝아지고 음악적으로도 화려해지고 있지만 마샬의 음악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동일하다. 그러나 예측 가능한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최소한 마샬에 관한 한 앞으로도 무엇을 들을지 아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추천앨범: The Greatest (2006)


이석우

No.37
2007.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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