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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3인칭 음악: Rebecca Pidgeon

배우와 가수는 연기자란 공통점이 있지만 두 분야에서 모두 성공한 이는 많지 않다. 특히 배우가 인기를 빌어 가수가 된 경우 그 결과물은 치과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그러나 레베카 피죤(Rebecca Pidgeon, 1965년생)은 양쪽에서 호평을 받는 드문 예이다.

연극인 집안에서 태어나 의무감으로 힘든 배우수업을 했던 그녀에게 음악은 유일한 도피처였다. 에딘버러에 살 때 친구가 자신의 데모 테이프에 보컬을 맡아 달란 부탁을 듣고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그녀는 농담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자신의 자작곡에 대한 주변의 호평을 듣고 왕립연극학교(Royal Academy of Dramatic Arts)에 다니던 1986년 동급생, Roger Fife와 함께 Ruby Blue란 밴드를 조직 2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퓰리쳐 상을 수상한 극작가이며 영화감독인 David Mamet과 결혼, 미국으로 건너가서는5장의 앨범을 발표한다.

물리학자인 아버지가 MIT 교환교수로 있을 때 미국에서 태어나 5살부터 스코틀랜드에서 자란 피죤이 어릴 때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던 켈트 음악을 가장 편안하게 느끼고 그것을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으로 삼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자니 미첼을 듣고 자란 피죤의 켈트 음악은 원형과는 다르다.

화음과 대위법 진행이 멜로디 진행에 종속되어 음악적 우선권이 리듬, 가사, 멜로디에 있는 켈트 음악의 구조는 음악을 쉽고 단순하게 만들어 드라마틱한 내용을 쉽게 전달할 수 있다. 피죤이 주목한 것은 켈트 음악의 이러한 서사적 구조이다. 그러나 축제를 위한 무곡에서 발전한 켈트 음악은 경쾌한 리듬이 특징으로 주된 공연장인 동네 선술집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리듬형식은 생각할 여유가 필요한 피죤의 가사와는 맞지 않는다. 가사의 성격에 맞도록 피죤은 켈트 리듬을 재즈풍으로 바꾸어 그녀의 외모처럼 거부감 없는 자연스러운 미성과 특유의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 고급 클럽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든다. 그러나 피죤 음악의 우아한 아름다움은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녀가 쓴 것은 아니지만 피죤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Spanish Harlem’은 거리에 핀 장미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탄이 주제이다. Ben E. King의 원곡은 삭막한 거리에서 장미를 발견한 순간의 놀라움과 기쁨에 초점을 맞추며 리듬은 정서에 맞게 밝고 동적이다. 그러나 피죤의 커버는 살아있는 꽃에 대한 것이 아니라 책갈피에 박제된 장미를 보고 그 꽃이 살아 있을 때를 회상하는 것 같이 느껴지며 그녀의 건조하고 사색적인 쿨 재즈적 리듬처럼 정서적으로 정적이고 차갑다. 피죤의 곡에서 장미의 아름다움은 가사가 아니라 우아하게 변형된 멜로디나 리듬과 같은 음악형식의 아름다움에 의해 간접적으로 표현된다.

자신의 고용인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고백할 용기가 없어 자신이 다락에 숨겨놓은 웨딩 드레스를 그가 찾았을 때 프러포즈하겠다는 과부의 애틋한 사랑 (‘The Wedding Dress’), 친구와 사슴 사냥을 갔을 때 아내와 친구의 배신을 알게 된 남자 (‘Primitive Man’), 우유의 신선함처럼 자신의 아름다움도 시드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여자 (‘Candid Lady’) 등 피죤의 드라마틱한 가사는 밀도 있는 정서적 표현이 가능한 내용이다. 그러나 피죤의 캐릭터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진술하는 3인칭 관찰자로 캐릭터의 시점이 갖는 정서적 거리는 그녀의 스타일이 켈트 음악이든 락이든, 블루스이든 보컬의 정서를 냉정하게 만든다.

멜로디 우위의 구조와 최소한으로 절제된 사운드는 일반적으로 보컬의 정서표현에 집중하도록 하는 장치로 채용된다. 그러나 피죤의 음악에서 보컬은 정서의 연기자라기보다는 사건의 이야기꾼이며 정서표현의 중심은 멜로디와 리듬으로 옮겨진다. 말이 필요 없는 아름다움이란 피죤 음악에 대한 찬사는 보컬의 정서표현에 대한 것이 아니라 멜로디와 리듬에 대한 것이며 그녀의 음악을 말할 때 꽃잎에 맺힌 아침 이슬 같은 깨끗함이라 말해지는 그녀의 미성과 단순하지만 우아한 멜로디가 강조되는 것은 이러한 그녀 음악의 구조 때문이다.

그녀의 앨범을 세기의 명반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체스키 레코드의 완벽한 레코딩과 그녀 음악 특유의 차가운 아름다움은 레베카 피죤의 앨범이 오디오 애호가의 연인이라 불리면서 필수소장품목으로 꼽히는 이유이다.

추천앨범: The Raven (1994)


이석우\

No.35
2007.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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