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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명시감상 8

빨랫줄

                                      *서정춘


그것은, 하늘 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줄 같다
그것은,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떨어질까 말까
물방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 아래
당겨주는 힘
그 첫 줄에 걸린 것은
바람이 옷 벗는 소리
한 줄뿐이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풍경을 잃었습니다. 풍요의 이름으로 낡은 것, 손 때 묻은 것,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는 것들.... 아무렇지 않게 우리의 기억 밖으로 던져버렸습니다. 넓지 않은 마당가에 바지랑대를 받쳐놓고 맑은 햇살과 풋풋한 바람에 깃발처럼 나부끼던 빨래들... 이제는 하늘 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 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콘크리트 벽으로 서로를 막아버린 도시에서 바람이 옷 벗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세탁기의 손이 빨래를 주무르고 햇살대신 스팀이 빨래를 말립니다.


이채민
시인

No.41
200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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