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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명시감상4: 길일(吉日)

길일(吉日)  
                                          
이수익



보도블록 위에
지렁이 한 마리 꼼짝없이
죽어 있다.
그곳이 닿아야 할 제 생의 마지막 지점이라는 듯.

물기 빠진, 수축된 환절(環節)이 햇빛 속에 드러나
누워 있음이 문득 지워진 어제처럼
편안하다.

부드럽고 향기로운 흙의 집 떨치고 나와
온몸을 밀어 여기까지 온 장엄한 고행이
이 길에서 비로소 해탈을 이루었는가,
금빛 왕궁을 버리고 출가했던 그
고타마 싯다르타같이.

몸 주위로 밀려드는 개미떼 조문 행렬 까마득히,

하루가 간다.


길(吉)이 있으면 흉(凶)이 있는 법, 어느 날은 까닭 없이 기쁘고 또 어느 날은 까닭 없이 슬프다. 이미 지나버렸지만, 4월 초파일 一切唯心造 - 모든 것이 마음 하기 달렸다는 성인의 말씀이 귀에 순하다. 살아 있음이 귀한데 우리는 병든 사람들을 잊고 세상 떠나는 사람들을 아쉬워하지는 않는가. 자연의 섭리를 따라가는 삶의 실천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이채민
시인

No.37
2007.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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