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신문
 

 

 
 

 

    홈 / 문화 / 문학

subject 명시감상 6: 비에도 그림자가 있다

비에도 그림자가 있다

                                            나희덕



소나기 한차례 지나가고
과일 파는 할머니 비를 맞은 채 앉아 있던 자리
사과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그림자
아직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 하늘 한 조각



장마는 지루합니다. 폭우가 쏟아지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햇볕이 쨍쨍거리기도 합니다. 세상이 눅눅해지고 어두워지기도 합니다. 소나기가 몰아치기라도 할 냥이면 거리는 갑자기 인적이 끊겨져 버립니다. 그런데 여기 과일 파는 할머니는 비를 피할 수가 없군요. 벌려놓은 과일을 수습할 길이 없는 것 이지요. 할머니의 몸으로 막은 비가 그림자를 남겨 놓았습니다. 젖지 않은 땅, 할머니의 삶은 늘 마른 하늘 한 조각이지만 그만큼 넉넉하군요

이채민
시인

No.39
2007.9.6

list       

prev 명시감상7: 등잔 admin
next 명시감상 5: 하늘로 오르는 풀 admin

Copyright 1999-2017 Zeroboard / skin by kimamore.com

회사소개  |  지역소식  |  시사  |  인물탐방  |  문화  |  공지사항  |  게시판  | 사이트맵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2가 157 사조빌딩 223호
경북신문사 대표전화 :02-365-0743-5 | FAX 02-363-9990 | E-mail : eds@kbnews.net
Copyright ⓒ 2006 경북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등록 서울 다 06253 (2004.2.28)